이 블로그도 AI가 씁니다 — 'AI 티' 11가지
2026년 10월 6일
이 블로그는 AI가 초안을 씁니다. 그런데 그대로 올리면 읽는 사람이 바로 압니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어딘가 사람 같지 않은 느낌. 흔히 'AI 티'라고 하죠.
남 얘기가 아닙니다. 해외 조사를 보면 새로 올라오는 글의 절반 넘게가 이미 AI가 쓴 것이고(Graphite, 2025년 5월 기준 52%), 그만큼 사람들은 의심이 늘었습니다. 가트너 조사에선 AI가 요약한 검색 결과를 못 믿겠다는 응답이 53%였습니다. 'AI 티'가 나면 글의 신뢰부터 깎입니다.
우리가 글을 다듬으며 추려 온 목록은 이렇습니다.
1. 글자로 쓴 숫자
AI는 숫자를 자꾸 한글로 풉니다. '열 개 가운데 여섯', '여든여섯 줄'. 한두 개면 몰라도 글 전체가 이러면 옛날 문어체처럼 읽힙니다. 세는 수는 숫자로. '10개 중 6개', '86줄'. '도장을 세 번' 같은 관용 표현만 빼고요.
2. 자기 설명
'왜 뺐는지 적습니다', '이 글은 ~에 관한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AI는 자꾸 이렇게 예고하고 안내합니다. 사람은 "지금부터 이유를 말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죠. 그냥 말합니다. 안내 문장을 다 걷어내도 뜻은 안 사라집니다.
3. 과잉 친절
'게이트는 다른 사람을 멈춰 세우는 장치인데…' 읽는 사람이 모를 거라고 지레짐작한 겁니다. '규약 묶음(스킬)', '회귀 검사(evals)'처럼 용어마다 괄호로 또 풀어 주는 버릇도 같고요. 꼭 필요한 예시가 아니면 괄호째 뺍니다.
4. 격언투 마무리
'A는 X, B는 Y', '~는 ~만큼 나쁘다' 같은 균형 문장은 한두 번이면 글이 삽니다. AI는 이걸 문단마다 하려 듭니다. 그러면 글이 격언집처럼 읽힙니다. 핵심 한두 개만 남깁니다.
5. 영업 냄새
공허한 다짐과 과장된 수식. '귀사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같은 문장엔 정보가 없습니다. 연락 달라는 말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6. 연출된 서두
'고백하자면', '사실', '솔직히 말하면'. 운을 떼는 척하는 서두입니다. 빼고 바로 본론을 말합니다.
7. 'A가 아니라 B'
강조하려고 'X가 아니라 Y' 틀을 반복합니다. Y를 바로 말하면 됩니다. '문제는 부호가 아니라 자리입니다'보다 '진짜 문제는 자리입니다'가 낫습니다.
8. 셋씩 묶기
'빠르고, 정확하고, 혁신적인' 식 3연타. AI가 리듬을 맞추려고 자꾸 셋으로 묶습니다. 둘로 줄이거나 구체적인 걸로 바꿉니다. 사실을 셋 나열하는 건 괜찮습니다. 리듬용 3박자가 문제죠.
9. 접속사 남발
문장마다 '그런데', '또한', '따라서'로 시작합니다. 같은 접속사가 몇 번씩 나오면 빼거나 바꿉니다. 대개 빼도 말이 됩니다.
10. 번역투
'~를 통해', '~에 대해', '가지고 있다', 영어 대명사를 그대로 옮긴 '그/그녀'. AI가 쓴 한국어의 가장 흔한 냄새입니다. 영어를 옮긴 듯한 문장은 대부분 더 짧은 우리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11. 균일한 리듬
문장 길이가 다 비슷하고 끝이 전부 '~습니다'로 떨어지면 기계 같습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섞습니다. 존댓말과 반말을 한 글에서 섞지는 않고요.
줄표(—)
AI 티를 얘기하면 영어권에선 줄표(—)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ChatGPT가 사람보다 몇 배씩 자주 쓴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AI의 서명'처럼 굳었고, '줄표 좀 빼 달라'는 요구가 많아 전용 설정까지 생겼습니다(워싱턴포스트). 그런데 목록엔 안 넣었습니다. 좀 억울한 신호거든요. 줄표는 원래 사람도 즐겨 씁니다. 이 글에도 있고요. 부호 하나로 가르면 대개 틀립니다. 진짜 문제는 안 써도 될 자리에 기계적으로 박히는 겁니다.
이미 나온 도구들
같은 패턴을 정리한 도구가 여럿 나와 있습니다. 한국어 전용으로는 im-not-ai가 번역투·대구·관용구를 85개 패턴으로 분류해 뒀고, 영어권엔 avoid-ai-writing, humanizer가 있습니다. 공통으로 꼽는 것도 위 목록과 비슷합니다. 우리만의 취향이 아니라는 뜻이죠.
쓰는 시점
이 목록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뒀습니다. 더 중요한 건 쓰는 시점이에요. 다 쓴 글을 사후에 검사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AI한테 글을 맡길 때 처음부터 지키라고 넣습니다. 그 편이 나중에 걸러 내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AI를 썼다'고 밝히는 게 꼭 득은 아닙니다. 공개하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개하는 이유는, AI 도입을 돕는 회사가 정작 자기 글은 숨긴다면 앞뒤가 안 맞기 때문입니다. 쓰되, 사람이 한 번 더 봅니다. 그 기준을 공개해 둡니다.
당신만의 규칙
이 11가지는 우리 목록입니다. 우리가 겪은 실수와 우리 취향에서 나온 거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또 남의 톤이 됩니다. 업종도 독자도 다르니까요. 자기 글을 몇 번 다듬다 보면 자기만 자꾸 걸리는 패턴이 보입니다. 그걸 목록으로 만들어 AI한테 넘기는 게 시작입니다.
말투만이 아닙니다. AI한테 회사의 지식베이스를 같이 줘야 합니다. 우리가 정한 용어, 지난 결정, 실제 수치, 우리가 말하는 방식. 이게 없으면 AI는 인터넷 평균값으로 씁니다. 'AI 티'라는 게 그 평균값의 냄새거든요. 자기 자료를 깔아 주면 AI가 우리처럼 쓰기 시작합니다.
결국 AI를 잘 쓰는 건 프롬프트 솜씨가 아닙니다. 자기 규칙과 자기 지식을 쌓아 두고 매번 넣어 주는 일이죠.
글이든 업무든 AI 도입을 같은 식으로 고민하고 계시면 연락 주세요.